엣취, 하는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깻다. 고개를 홱 쳐들고 누가 그랬는지 주변을 휘휘 둘러봤더니 아무도 없다. 갑자기 숨을 쉬기 곤란해져서 입을 크게 벌리고 후욱 숨을 들이마셧다. 코가 꽉 막혔다. 아, 내가 한 재채기구나. 어쩐지 좀 습기찬 재채기소리 같더라니. 몸이 으슬으슬 시려왔다. 누가 덮어줬는지 맥실에 항시 비치되어 있는 얇은 담요 하나가 몸에 둘러져 있었는데도 온몸에 오한이 들며 두드러기같은 닭살이 돋고 있었다. 어디선가 아주 찬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아하, 맥실 문은 살짝 열려있고, 맞은편 창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맞바람이 불고 있었는데 난 딱 그 중간에 앉아있었던 모양새였다. 바람이 어찌나 살랑살랑 불었으면 세상 모르고 자다가 추워서 깻을까. 가랑비에 옷 젖듯, 그렇게 점점 체온이 식었나보다. 차라리 바람이 강하게 들이쳤으면 놀라서 금방 일어났을텐데 왠 불운인가 싶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자면서 타블렛에 침 한방울 안흘렸다는 점일까. 타블렛이 따뜻해서 밑에다 두꺼운 책 한권을 괴어놓고 자주 베고 자는데 저번엔 침을 아주 한바가지 흘려놓는 바람에 수리비가 왕창 깨졌던 적이 있었다. 원래 입 다물고 자는게 습관이 된 터라 침 흘릴 일이 없었는데 나도 컨디션이 안좋으면 입이 벌어지나 보다. 그 이후론 절대로 타블렛 베고 자지 말아야지라고 다짐을 하면서도 작심삼일, 쿠션도 베개도 다 필요없이 그 따끈따끈한 타블렛에 비할만한 건 여자친구의 뱃살베개밖에 없었다. 출렁출렁 따끈따끈, 아 가끔은 차갑던가? 냉증이 고쳐져야 할텐데. 일단 몸부터 덥히려고 커피를 뽑아 마셧다. 뜨거운 커피를 양손으로 쥐고 담요로 온몸을 둘둘만채로 의자에 기대어 깊숙히 앉았더니 다시금 졸려오기 시작했다. 가을의 졸림은 봄의 졸림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의 졸림은 휴식이라면 가을의 졸림은 안식이랄까, 따뜻하게 몸을 감싸안은 몽실한 기운에 기대에 꾸벅꾸벅 조는 봄잠과 달리 가을엔 한번 잠들면 다시 일어나지 못할듯한 마력이 있었다. 마치 죽어버리는 듯 한, 잠들다가 숨쉬는 것 마저 잊을듯 한. 안돼, 오늘 끝내놓을 게 있잖아 라며 다시 커피를 후르륵 들이킨다. 콧물도 같이 후르륵 들이킨다. 면역력을 길러준대잖아. 커피가 어느새 많이 식어있었다. 세상에 커피를 마시며 졸다니, 키들키들 웃는다. 눈앞에 있는 두개의 모니터를 바라본다. 아, 지겹다. 얼마 남지 않은 커피를 전부 마셔버리고 담요를 둘둘 감은채로 담배를 하나 빼어물고 바깥으로 나갔다. 학관 앞 계단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보는데 한밤에 뜬 반달이 새파랗다. 담배를 든 손을 올려 새빨간 담뱃불로 새파란 반달을 지진다. 새빨간 담배불이 사그러든다. 아, 졸립다.
태그 : 오늘의일기



덧글
hodhod 2009/10/28 16:47 # 답글
무슨 소설을 보는 거 같아서 너무 잼있게 봤습니다.. 헤 헤글을 너무 잘 쓰시는거 같네요 부럽습니다.
불나방 2009/10/31 15:19 #
아, 제가 겸손하고 싶은데 겸손못하는 칭찬이 두개가 있거든요.아이디어(학교;)나 글빨을 칭찬해주면 좋아서 겸손이 않됨;
칭찬 감사합니다.